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처음 던지는 말 중 하나는 “그럼 온실부터 지으면 되겠죠?”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이나 실무 컨설팅 과정에서는, 그런 질문보다 먼저 다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 목표에 맞춘 공간 구성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선행 판단이다.
스마트팜 온실은 단순히 작물을 심는 구조물이 아니라, 운영 방식 전반을 수용하고 기술 조건을 구현하는 복합 공간이다. 재배 기술, 자동화 시스템, 환경 센서, 유통 처리 흐름 등 다양한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보다는 ‘농장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인식이 더 적절하다.
이처럼 온실 구축은 시공 이전에 반드시 작물 유형, 재배 방식, 자동화 범위, 작업 동선, 유통 전략 등 다층적인 요소들을 기반으로 한 구조 설계가 수반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나 운영 효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글에서는 스마트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온실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이 자주 마주하는 실수, 시간 낭비를 줄이는 순서, 핵심 고려 요소까지 포함하여 정리했다.
스마트팜의 목적 설정과 작물 선정이 온실 구조를 결정한다
스마트팜 온실 구축은 작물 없이 시작될 수 없다. 온실 구조는 어떤 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간 동안 재배할지를 기준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상추, 청경채, 적근대 등 엽채류 수경재배를 목표로 한다면, 저상형 온실 + 단층 NFT 구조 + 비교적 단순한 환기 시스템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방울토마토나 딸기처럼 과채류를 지주 재배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높은 측고, 이중 개폐 시스템, 영양액기 성능 강화, 작업 통로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창업자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재배할 작물은 무엇이며, 그 작물의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 조건은 어떤가?
- 재배 방식은 토경, 수경, 영양액, NFT (Nutrient Film Technique: 얇은 물막이(수막)를 지속적으로 순환시켜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 DFT (Deep Flow Techniqu: 식물의 뿌리가 깊은 수조에 담긴 영양액에 잠기도록 하는 방식 ) , DWC(Deep Water Culture:식물의 뿌리가 깊은 수조에 담긴 영양액에 완전히 잠겨 있는 수경재배 방식) 중 어느 방식인가?
- 온실을 몇 작기로 운영할 것인지, 연간 수확 목표는 어떻게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온실 구조 설계를 시공사에 맡기더라도 ‘정답 없는 퍼즐’이 시작되는 셈이다. 온실은 단지 외피 구조가 아니라, 내부 동선, 장비 위치, 관수·전기·통신 라인까지 포함한 통합 설계 대상이다.
이 단계에서 농업기술센터나 스마트팜 포털에서 제공하는 작물별 환경조건 데이터 시트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목적이 명확할수록, 온실 구조는 단순하고, 유지비는 낮아지며, 운영 효율은 높아진다.
스마트팜 부지 선정과 기반시설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실은 땅 위에 설치되지만, 사실상 땅 밑 조건이 더 중요하다. 많은 창업자가 부지를 결정할 때 주변 경치나 면적만 고려하는데, 스마트팜 온실은 배수, 전력, 통신 인프라, 접근성까지 포함해 평가되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 배수 불량: 강우 시 온실 바닥 침수 → 양액기 오작동 및 작물 생육 장애
- 전력 부족: 고압 전력 미설치 시 히터, 냉방기 등 고출력 장비 작동 불가
- 통신 환경 불량: 원격 제어 시스템 연결 실패 → 데이터 수집 오류
- 도로 접근성 부족: 자재 반입 및 작물 출하 시 비용 증가
온실 부지를 선정할 때는 단순히 ‘농지로 등록된 땅’이라는 이유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현장 방문 시 기반 인프라 상태를 실제로 체크해야 한다. 전기선을 어디서 끌어와야 하는지, 인터넷은 유무선이 가능한지, 빗물 배수로는 존재하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온실 규모가 300평 이상이 되는 경우, 소방시설 설치 요건도 달라지므로 행정 요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부지를 확보한 후에는 설계 도면과 지형을 일치시키는 사전측량 작업이 필요하다. 경사도, 바람 방향, 일조량, 그늘 형성 여부 등도 장기 운영 시 환경제어와 병해 관리에 영향을 주므로 반드시 고려 대상이 된다.
스마트팜 온실 구조와 자동화 시스템 설계를 통합해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온실 설계와 자동화 시스템 설치를 ‘별개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둘은 동시에 설계되어야 하는 한 몸 같은 구조다. 예를 들어, 자동 환기 시스템이 설계된 온실이라면, 환기팬 위치, 개폐창 방향, 내풍 구조, 센서 설치 높이 등이 모두 온실 구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 환경제어기: 온도, 습도, CO₂ 농도 제어 → 자동환기, 히터, 차광 커튼 작동
- 영양액 공급기: EC/pH 자동 조절 → 재배대에 정밀하게 분배
- 관수 시스템: 수경/토경 여부에 따라 시간대별 분사 또는 침수 방식
- 모바일 연동 시스템: 원격으로 모니터링, 경고 알람 설정 가능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장비 사양이 아니라 운영자의 숙련도와 실제 필요 수준이다. 지나치게 고사양 장비를 도입하면 유지보수 부담이 커지고, 고장이 잦을 경우 작물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직접 다룰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맞는 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자동화 범위를 정해야 한다.
또한, 전기 배선, 물 공급 배관, 데이터 케이블은 모두 건축 시 포함되어야 하며, 사후 공사 시에는 추가 비용과 구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통합 설계가 필수다.
스마트팜 시공 이후 시운전과 운영 루틴을 함께 구축한다
온실이 완공되었다고 바로 운영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시운전과 운영 루틴 정비 단계다. 자동화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센서 수치가 환경에 맞게 반응하는지, 온실 내부 순환 흐름이 계획된 동선과 일치하는지를 빈 공간 상태에서 반복 테스트해야 한다.또한 이 시점에서 운영 루틴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 월별 양액 교체 주기
- 센서 보정 시기
- 백업 전력 점검 루틴
- 모바일 경고 확인 및 대응 시나리오 등
스마트팜 온실은 ‘설비’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운영자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장 비싼 장비도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창업자는 온실 시공 후에도 계속해서 구조를 학습하고, 반복 점검과 기록 기반의 운영을 체계화해 나가야만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팜' 카테고리의 다른 글
IT 비전공자의 스마트팜 창업 (0) | 2025.07.14 |
---|---|
월 400만 원 현실 가능한가? 스마트팜 수익 구조의 모든 것 (0) | 2025.07.13 |
수익 나오는 스마트팜,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현실 이야기 (0) | 2025.07.12 |
스마트팜, 할까 말까 고민이라면: 결정을 위한 4가지 핵심 기준 (0) | 2025.07.11 |
스마트팜 창업 시 꼭 필요한 기술 (0) | 2025.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