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기술: 스마트팜과 ESG의 교차점

jinhahappy 2025. 7. 31. 08:05

스마트팜,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

스마트팜은 자동화 기술, 환경 제어 시스템, 데이터 기반 운영이라는 키워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많은 창업자와 생산자들이 ‘효율적이고 첨단 농업’의 대표 모델로 스마트팜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팜은 더 이상 ‘기술의 발전’만으로 평가받는 농업 모델이 아니다.

 

오늘날 농업은 단순 생산 활동을 넘어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지역경제 기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ESG 농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ESG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지표가 아니라, 이제 농업 생산자와 시스템 설계자에게도 적용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 기반의 스마트팜은 ESG라는 방향성과 어떤 접점을 가질 수 있을까? 단순히 전기를 아낀다거나, 자동화로 인력을 줄인다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스마트팜이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세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실제 창업 시 적용 가능한 ESG 기반 설계 전략에 대해정리한다. 기술과 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을 고민하는 창업자에게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 이다.

도시형 스마트팜에서 자신들이 재배한 딸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족

 

환경 측면(E): 스마트팜은 에너지 절감이 아니라 ‘자원 순환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스마트팜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전통 농업보다 물과 에너지를 덜 쓰고, 폐기물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경재배는 물 사용량을 70~90%까지 절감할 수 있고, 병해충 발생률도 낮아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ESG 기반 환경 기여란 단순 절감이 아니라, 자원을 어떻게 순환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했는가에 있다.

 

이를 위해 창업자는 단순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를 선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 사용한 물의 정화 및 재활용 구조 설계
  • 태양광 기반 자가 전력 시스템 도입
  • 작물 폐기물의 비료화 혹은 지역 순환 연계
  • 비닐·플라스틱 포장 최소화 및 재사용 용기 도입 등

스마트팜 내부 자원의 흐름을 ‘소모→폐기’에서 ‘사용→재활용’으로 바꾸는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또한 온실 내부 온도 유지, CO₂ 농도 조절 등도 과잉 제어가 아닌 ‘필요한 만큼만’ 조절하는 스마트 센서 설정이 중요하다.
즉, 기술을 쓰는 목적이 ‘생산성 향상’만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공존하며 자원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비로소 ESG적 가치가 부여된다.

 

사회적 측면(S): 스마트팜은 고립된 자동화가 아닌 ‘지역과 연계된 농업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팜이 확산되며 발생하는 우려 중 하나는 ‘기계 중심 구조가 지역 농업 생태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자동화 스마트팜은 로컬 시장과의 연결 없이 운영되며, 노동을 배제한 구조가 사회적 고립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ESG의 사회적 측면은, 기술 자체보다 해당 농장이 지역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때 중요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지역 유통 채널과의 계약 재배 협력
  • 고령 농업인과의 파트너십 형태의 작물 분업
  • 로컬푸드 직매장, 학교 급식 납품 등 지역순환형 수익 구조 설계
  • 청년 창업 연계, 장애인 고용 또는 실습 기반 교육형 농장 운영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수익 모델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특히 도시형 스마트팜의 경우, 지역 카페와 샐러드 가게, 어린이집 급식 등 주변 상권과의 연결을 통해 ‘기계 중심’에서 ‘관계 중심’의 농업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사회적 ESG 실천은 기술이나 생산량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연결되고, 어떤 공동 가치를 만들어가는가?’에 의해 평가된다.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거버넌스(G): 스마트팜의 데이터 기반 농업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

스마트팜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온도, 습도, EC, CO₂ 농도, 생장 데이터 등 매일 수십 가지 항목이 기록되고 분석된다. 이 점에서 스마트팜은 전통 농업보다 운영 투명성과 이력 관리에서 우위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데이터가 ‘단지 기록만 되는 것’에 그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ESG의 G, 즉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이 데이터가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소비자나 유통 관계자, 협력 기관과의 신뢰 도구로 활용되는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 재배 이력 자동 공유 시스템 구축
  • 병해 발생 기록과 대응 내역 자동 보고
  • 유통처와 실시간 재배 상태 공유를 통한 품질 신뢰 확보
  • 데이터 기반 친환경 인증 시스템 연계 등은

스마트팜이 ESG 거버넌스 실천 농장으로 평가받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또한 창업자는 데이터를 단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운영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팜이 단순 기술 농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신뢰 기반 농업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거버넌스 전략의 핵심이다.

 

스마트팜의 미래는 ‘기술의 수준’보다 ‘구조의 방향’에 달려 있다

스마트팜은 지금까지 기술 발전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으며 빠르게 확산되어왔다. 자동화, 환경 제어, 센서 기반 생육 관리,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은 전통 농업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정밀한 농업 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고, 그 결과가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함께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정책, 투자, 인증, 유통 전반에서 ESG 가치가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스마트팜은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플라스틱 포장, 지역사회와 단절된 유통 구조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지지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어떤 작은 스마트팜은 지속 가능한 물순환 시스템, 지역 식자재 납품, 청년 고용 연계 등 구조 자체에 ESG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충성도를 함께 얻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는 스마트팜의 경쟁력이 ‘비싼 장비’나 ‘복잡한 자동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 철학과 구조 설계의 방향성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스마트팜 창업자는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의 설계자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그 설계 안에는 자원의 흐름, 데이터의 투명성,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역과의 연결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기술은 도구이고, 구조는 목적이며, 지속 가능성은 그 모든 것의 결과로써 얻어지는 성과가 되어야 한다.

 

이제 스마트팜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이 구조를 통해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

 

기술의 성능보다 구조의 철학, 수확량보다 공유 가능한 성장, 그 기준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스마트팜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