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스마트팜 기술만 의존해서 실패한 사례: 자동화의 함정과 사람의 역할

jinhahappy 2025. 7. 3. 18:00

스마트팜은 정보통신 기술과 농업이 융합된 형태로, ‘사람이 없어도 운영되는 농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수많은 예비 창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자동 관수, 온습도 제어, 스마트 영양액 시스템 등은 실제로 노동력을 줄이고 작물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스마트팜을 실제로 운영해 본 사람들은 기술이 전부가 아니며, 오히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이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람이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긴급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창업자들은 스마트팜을 ‘자동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농장’처럼 오해하고, 최소한의 농업 지식이나 운영 계획 없이 장비부터 설치하는 오류를 범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접근이 실제로는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스마트팜 장비를 완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창업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 의존의 위험성과 사람이 개입해야 할 필수 지점을 짚어본다. 스마트팜의 본질은 자동화가 아니라 ‘자동화를 활용하는 경영자’의 역량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자.

스마트팜의 대표적 작물인 상추

스마트팜의 자동화만 믿고 작물 생리를 무시한 사례

전북의 한 스마트팜 창업자 A 씨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퇴직 후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자금 일부를 정부 정책자금으로 조달해 4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시공하고, 최신 자동화 환경제어 시스템과 양액 공급 장치를 도입했다. 작물은 고수익 작물로 알려진 토마토를 선택했으며, “장비만 잘 갖추면 농사는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아주 작은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A씨는 생육 주기에 따라 조정되어야 할 영양액의 EC(전기전도도) 값과 pH 농도를 공장에서 추천한 수치로 고정해 놓고, 그대로 운영을 지속했다. 하지만 토마토는 생육 초기, 착과기, 성숙기에 따라 필요 영양소의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그 차이를 무시한 채 정해진 데이터만 적용한 결과, 과비 현상으로 작물 잎이 타들어 가고, 열매는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갈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이 현상을 스마트팜 앱으로는 인지하지 못했고, 실제 문제를 발견했을 땐 이미 수확량의 40% 이상이 상품성이 없었다. 이후 그는 “기계는 데이터를 줄 수 있지만, 그 데이터가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면 오히려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기술을 잘 갖추는 것보다 작물 생리와 환경 반응을 이해하고, 기술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스마트픔 고장 대응 능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중단 사례

경기도 북부에서 1,000㎡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하던 창업자 B 씨는 자동환기, CO₂ 농도 조절, LED 광 보조 시스템을 갖춘 고사양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관련 교육을 짧게 수강했지만, 시스템 설치는 외주 업체에 맡겼고, 평소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상태만 간단히 확인하는 수준으로 운영했다. 문제는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환경제어 장치 일부가 오작동하면서 발생했다.

 

7월 중순, 온실 내부 센서 오류로 인해 환기팬 작동이 멈췄고,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B 씨는 알림 메시지를 받았지만, 당시 외부 미팅 중이었고 장비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대응 능력도 없었다. 결국 몇 시간 동안 내부 온도는 45도 이상으로 유지되었고, 결과적으로 상추 전체가 고사했다. 이 피해로 인해 그는 약 500만 원 상당의 작물을 전량 폐기해야 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운영자 본인의 대응 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실패였다. B 씨는 이후 설비 회사에 항의했지만, 계약서상 유지보수는 월 1회 정기 점검만 제공되는 구조였고, 긴급 대응은 별도 유상 서비스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는 “스마트팜을 자동으로 믿었던 내 판단이 더 큰 문제였다”며 창업자 스스로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하고, 최소한의 대응 매뉴얼과 백업 계획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기술적 오류보다 ‘기술이 고장 났을 때, 그걸 관리할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실패의 원인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팜의 자동화 기술에만 투자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놓친 실패

스마트팜의 성공은 재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품질 좋은 작물을 길러도, 팔 수 없다면 그것은 실패한 농장이다. 실제로 충남 지역의 창업자 C 씨는 기술력에만 집중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남겼다. 그는 로봇형 수확장치까지 포함된 고가의 자동화 장비를 설치했고, 지역에서 보기 드문 고급 스마트팜을 운영하게 되었다.

 

작물은 베이비잎 채소였고, 품질은 우수했다. 문제는 수확 후 유통과 마케팅 전략이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마켓컬리, 쿠팡, 로컬푸드몰 등에 입점을 시도했지만, 브랜드가 없고, 배송 체계가 없어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생산은 자동화되었지만, 판매는 수작업도 못 미치는 구조였다. 결국 하루에 수백 포기의 채소가 폐기되었고, 정작 유통업체와의 계약을 준비할 시점에는 자금도 시간도 모두 소진된 상황이었다.

 

C 씨는 창업 전 기술 박람회에서 설비와 시스템에만 관심을 가졌고, 누구에게 어떻게 팔지를 묻지 않았다. 기술력에만 몰두한 결과, 소비자 접점을 만들지 못한 채 창업 2년 만에 농장을 철수했다. 그는 “농업은 생산 산업이 아니라 소비와 연결되어 있는 산업임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스마트팜 창업자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생산에만 몰두하고, 판매 전략을 무시하는 실수’의 전형적인 예이다. 기술은 수확까지 도와줄 수 있지만, 시장과의 연결은 사람의 전략으로만 가능하다.

 

스마트팜은 분명히 농업의 혁신적인 방식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노동력을 줄이고, 재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환경 변화, 고장, 병해충, 유통 일정, 고객 반응 등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기술을 활용할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는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실패 사례들은 모두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과신, 사람의 준비 부족, 시스템 외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스마트팜 창업자는 농사도 짓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유통 전략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똑똑한 기술’을 쓴다는 것은 ‘스마트한 경영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여, 자동화 시스템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성공의 조건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의 판단력, 책임감, 전략적 사고다. 스마트팜의 진짜 경쟁력은 장비가 아니라, 그 장비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고 있는 운영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